가요계를 넘어 일본 드라마판에도 한류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일본 안방극장 메인 자리를 꿰찬 K-배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상파 황금시간대 주인공을 따내는가 하면, 공영방송 간판 아침 드라마에도 한국인이 등장한다. 국내 배우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수출된 K-드라마가 아닌 일본 현지 제작 드라마에 출연해 전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욘사마에 이어 20년 만에 열도 안방극장에 K-열풍을 다시 불러일으킨 배우는 채종협이다. 국내에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tvN '무인도의 디바' 등을 통해 '신흥 대세남'으로 떠오른 채종협은 지난달부터 일본 TBS 화요드라마 '아이 러브 유' 남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현지 주요 방송국으로 꼽히는 TBS에서 황금시간대 드라마에 국내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아이 러브 유'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콜릿 가게 사장 모토미야 유리가 연하의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와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러브스토리. 한국인 유학생이자 한국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생 윤태오 역을 맡은 채종협은 자신의 특급 무기인 '대형견미'로 일본 안방 여심에 불을 질렀다. '오다 주웠다' 식 선물 공세와 손가락 걸고 도장 찍는 한국식 약속 스킨십 등 'K-플러팅'으로 열도 여성들의 로망을 제대로 충족시켜준 것. 비빔밥, 부침개, 라볶이 등 한국 음식이 수시로 등장하고 채종협의 대사도 한국어 분량도 상당히 많아, 국가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도 나온다.

채종협 주연의 '아이 러브 유'는 공개와 동시에 일본 넷플릭스 주간 순위 1위에 올랐고, 현재 시청률 5∼6%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채종협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수도 급증해 200만명을 넘어섰다. 게시물 댓글에는 일본어 댓글이 넘쳐나고, 현지 언론들은 '횹사마'라는 타이틀을 걸고 앞다퉈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채종협의 드라마가 막을 내리면 곧바로 황찬성이 'K-남주' 바통을 이어받는다. 배우 겸 2PM 멤버 황찬성은 최근 일본 후지TV 드라마 주연에 발탁됐다는 소식을 전해 국내는 물론 현지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황찬성 주연작 '순다방인연'은 후지TV TWO와 히카리TV의 공동제작 드라마로, 상가 변두리에 있는 복고풍 다방을 무대로 꽃미남 한국인 마스터 시우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엮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황찬성은 말을 아낀 채 그저 맛있는 커피를 계속 내리기만 하는 정체 모를 '꽃미남 한국인' 시우를 열연할 예정. 오는 3월 30일 첫방을 앞두고 있다.

4월에는 하연수가 열도의 아침 안방극장을 접수하러 온다. 하연수는 NHK가 편성한 새 TV소설 '토라니츠바사'에 캐스팅됐다. TV소설은 NHK가 장기간 편성해온 아침 드라마로, 스타 등용문으로 통한다. 당대 최고 인기 일본 배우가 캐스팅되는 공영방송 간판 드라마에 한국인이 합류한 건 처음이다. 하연수는 법조인이 되고자 일본에 건너온 한국 유학생 최향숙 역을 맡았다.

일본 어워즈에서 트로피까지 거머쥔 배우 심은경의 일본 활약도 재조명되고 있다. 심은경은 2019년 영화 '신문기자'에 출연해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3관왕을 차지했다. 이후 영화 '블루아워'로 일본 다카사키영화제에서 또 한 번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NHK '7인의 비서', NHK '군청영역', TBS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등으로 일본 인기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 중이다. 성공적으로 일본에 진출한 심은경은 지난 2022년 도쿄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사진=채종협, 황찬성 소셜 미디어, TBS, 앳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