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히 바라만 보는) 네 머릿속엔 뭐 들었나 궁금해서 봤다. 너 슬이랑 계약 안 한다고 했다며? 그럼 나랑 해야지. 너도 나처럼 돈 많~이 벌게 해 줄게. 싫어? 왜 싫어? 그러니까 왜 싫으냐고. 어떻게 1초도 생각을 안 하고 싫대. 내가 이쯤 했으면 못 이기는 척 계약해 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 너 이럴 거면 나 왜 도와줬어? 네가 날 도와주는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는 우정 같은 게 생겼다니까. 끈끈하고 거시기한 게 생겼어. 이쯤 되면 운명공동체로 가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만 까불고 계약하자고 할 때 해라. 계약 안 하면 뭐할 건데? 새우 잡이 배 탈 거야? 새우처럼 생겨가지고. (헤드폰 잽싸게 낚아채며) 뭐? 이건 걸핏 하면 한국 뜬대. 군대도 안 갔다 온 게. 심사숙고하고 나 찾아와. 이건 담보야. 허세부리지 말고 꼭 찾으러 와라. 내가 기뻐할 만한 대답 들고. 간다. (헤드폰 들고 나가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