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와케찹‘ 중 여자

음악 좀 줄여.(남자 미동도 않는다) 머리 아프다니까...... 소리 좀 줄여.....

음악 소리 좀 줄이라니까. (소리친다) 야, 네가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집안이 온통 그 소리야. 

네가 그거 듣는 거 방해 안 할려고 숨도 못 쉰다고, 알어?

걷는 것도 조심조심, 전화도 못하고. 꺼....꺼!....꺼!! 

(사이) 널 잡고 싶은데, 왜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지 모르겠어.... 

이건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니야. 뭔가 잘못 프로그래밍 된 거야.... 

단정한 제복을 입고 은행에서하루종일 돈이나 만지고, 

도장이나 찍고 수백명씩 바뀌는 손님들을 향해

똑같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방글방글 웃으면서 통장 하나 새로 개설 하시겠어요, 

비과세 통장이 새로 나왔답니다,현금으로 드릴까요 수표로

드릴까요....(식탁쪽으로 오며) 퇴근 할 때가 되면 입술 근육이 푸들푸들

떨리지.... 간혹 당신 생각을 해. 이 사람은 뭘 할까.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당신 생각만 하면 첼로 소리가 들리고, 잔소리가 들리고.... 

두통약이 먹고싶어, 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