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중에서 여자

윤영선 작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날 사랑한다면서 왜 날 싫어할까봐 미리 걱정을 하는 거지? 너 내가 싫어지면 나한테 막 화를 낼 거지? 내 얘기를 듣지도 않을 거지? 그리고 나를 막 때릴 거지? 난 알아. 그래 넌 아마 나를 때릴 거야. 내가 아프다고 울어도 넌 날 막 때릴 거야. 내가 방해가 된다고 네 옆에서 숨도 못 쉬게 할 거지? 네가 미워. 난 너를 막 때려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네가 나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야. 내가 널 때리면, 넌 화가 나서 날 때리겠지? 그래도 난 꼼짝 못하고 맞겠지. 난 힘이 없으니까. 그래 난 힘이 없어.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힘이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때리는 건 나쁜 짓이야. 넌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날 때려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만, 나중에 니가 나한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면 어떡해야 하는 거지? 내가 감격해버리면 어떡하지? 내 얼굴에 퍼런 멍이 들었는데도 널 다시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지? 어쩜 난 그럴 것 같애. 아마 그럴 거야. 틀림없어. 나중에 내가 싫어지면 넌 날 막 때릴 거야. 내가 아파서 서럽게 울면 넌 내가 가련해서 나한테 잘못했다고 말하겠지? 그러면 난 감격해버리겠지? 감격하면 안 되는데 감격해버리면 어떡하지? 난 그게 싫은 거야. 난 그게 싫어. 니가 날 때려도 울지 않아야 되고, 울음이 나오더래도 참아야 되고, 니가 나한테 잘못했다고 말해도 감격해서는 안되는 데 내가 감격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너 날 때리지 않을 거지? 나중에라도 날 싫어하지 않을 거지? 네가 날 싫어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런데 만약에 내가 널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속에서라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도 그러니? 난 졸려도 자지 않을 거야. 난 여기에 있을 거야. 난 언제나 여기 있을 거야. 언제까지나.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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