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영화입시/뮤지컬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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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연기,연극영화과입시 남자독백 아우구스트 스토린드베리 작 미스쥴리 中 장 독백

효진T님 | 2023.09.04 17:06 | 조회 40

장 : 네 그럼요. 말도 안되죠. 아깐 싫었지만, 이젠 말씀드리죠. 밑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어떤지, 모르시죠?

매나 독수리처럼 항상 머리 위에 떠 있습니다. 등을 볼 수가 없죠. 전 저 밖의, 나무 한 그루 없는 잿빛 들판의, 오두막에서 살았어요. 일곱 남매와 돼지 한 마리하고요. 하지만 창문으로,이 댁 정원 담과, 그 위로 솟은 사과나무가 보였죠. 에덴의 동산. 번쩍이는 칼을 들고 지키는 무서운 천사들. 하지만 전애들하고 그 생명의 나무로 가는 길을 찾아냈어요. 한심하시죠?

(줄리 : 아니, 애들 땐 다 사과를 훔치겠지)

장 : 말씀은 그래도, 한심하시겠죠. 하여튼 어느 날 어머니하고 그 정원에 들어갔어요. 양파밭에 풀 뽑으러요. 한족 자스민 그늘 아래, 인동 덩굴 무성한 터키식 별채가 있더군요. 그런건물은 처음이었죠.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데, 하루는 문이 열려 있길래, 몰래 들어갔어요. 벽에는 왕과 황제들의 그림이 걸려 있고, 창문엔 술 달린 붉은 우단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네, 이제 아시겠죠? 화장실이었어요. 전.....

(라일락 꽃 한 송이를 따서 줄리의 코 밑에 갖다 댄다)

그런 궁전같은 덴 들어가본 적이 없었어요. 교회밖엔 못 봤었죠. 그 멋진 건물. 무슨 생각을 해도 결국엔 그 생각이었어요. 차츰 진짜 황홀경을 맛보고 싶어졌고, 그러다 마침내 살금살금 들어갔던 거예요. 넋 놓고 구경을 하는데, 그때 누가 오고 있었어요. 문은 하나. 귀족들의 출입구죠. 하지만 제겐 다른 문이 있었어요. 그걸 선택할 수밖에요.

(줄리는 쥐고 있던 라일락 꽃을 식탁 위에 떨군다)

달렸죠. 가시 울타리를 뚫고, 딸기밭을 가로질러. 제가 장미 꽃밭에 있더군요. 하얀 양말에 분홍 드레스가 보였어요. 아씨였죠. 전 잡초 더미 밑에 숨었어요. 그 밑에요. 상상이 되세요? 엉컹퀴가 찔러대고, 젖은 흙이 저처럼 악취를 풍기는, 그 밑에요. 장미 사이를 거니는 아씨를 보며 생각했죠. '도둑놈도 천국에 들어가 천사들하고 살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농부의 아이가 여기 지상에서 백작의 정원에 들어가 백작의 딸과 놀 수 없다는 건 이상하다'

(줄리 : (낭만적으로)가난한 애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할까?)

장 : (처음엔 주저하다가, 이내 확신을 갖고) 다... 요? 네, 그럼요. 당연하죠.

(줄리 : 가난만큼 끔찍한 불행도 없지)

장 : (아주 단호하게, 격한 감정으로 말한다)네, 그렇습니다, 아씨! 가아지는 백작 부인 소파에 눕고, 말의 콧등은 백작 따님의 애무를 받죠. 하지만 하인은...!

(어조를 바꾼다)

물론 입신 출세를 할 만큼 능력있는 남자도 가끔 있습니다. 가끔이요. 전 어떻게 했을까요? 옷을 입은 채 개울로 뛰어들었죠. 끌어내서 때리더군요. 하지만 그 주 일요일, 온 식구가 할머니 댁에 갈 때, 꾀를 내서 남았어요. 비누와 더운 물로 몸을 씻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교회로 갔죠. 아씨를 보러요. 아씨를 보곤, 집으로 왔어요. 죽을 작정으로요. 하지만 아름답고, 즐겁고, 고통 없이 죽고 싶었어요. 마침 집에 커다란 인동 덩굴이 있었는데, 그 밑에서 자면 위험하다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꽃이 만발했었죠. 그걸 모조리 훑어서 귀리 통 속에 넣고 누웠어요. 귀리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촉감이 사람 피부처럼 부드러워요. 뚜껑을 닫고, 눈을 감고, 잠이 들었어요. 깼을 땐 정말 죽겠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안 죽어써요. 뭘 원했냐구요? 글쎄요, 아씨를 차지할 꿈을 꾼 건 아녜요. 다만 아씨가 제 절망의 상징이었던 거죠. 타고난 신분은 못 벗어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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