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가지 말라니까

왜 당신만 눈을 감고 사는거야?

우리들이 보이지 않는거야?

눈을 떠봐 여보 그리고 천천히 이 집을 둘러봐봐

저기 잠들어 계시는 아버지

여기 지지리도 못난 당신 동생

생활에 지쳐 폐인이 된 당신 마누라

그림같지 않아? 이런건 찍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야. 당신?

​

하긴 냄새나니까

우리집은 구석구석 썩은 냄새가 가시질 않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좋아하지 않겠지?

푹신한 의자에 앉아 팝콘에 콜라를 먹는 사람들이 아마 우리들 모습을 보면

역겨워 극장을 박차고 나오겠지

극장 앞읃 환불해 갈라는 관객들로 아수라장 유리창 깨지고

사진 기자들은 하얗게 질린 당신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대고

​

상상이 아니야 여보

보이지? 당신의 사랑 스런 동생이 또 똥을 싸려고 애쓰고 있어

똥은 안 나오고 찢어진 똥꾸멍에서 피가 흐르는데

당신은 이 집을 나가면 좋은 차를 불러타고 어느 멋진 호텔로 들어가

스텝들과 밤새 상상으로 나라로 떠나고

나는 잠이 안와 먹다 남은 술을 마시면서 이불속에서 노래 연습을 하겠지

당신은 현실이 자신이 없어 영화 핑계를 대고 스크린 속으로 도망치는 거라고

진짜 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

나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건

그건 당신 아버지 눈에서 흘러내리는 고름 같은

그리고 어디선가 헤매고 있을 어머니의 맨발 같은 그런 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