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깨끗이 해결됐잖아.

미란 씨가 죽었으니까, 아버지와 결혼 문제로 싸울 일도 없어졌고, 이런 허름한 하숙방에서 더 이상 버틸 필요도 없지!

아버지도 무척 좋아하실거야!! 당장 집으로 돌아가자구!

형.. 무슨 소리야.. 형이 죽는다구? 자살을 생각하는거야?

정신 차려, 형! 지금 형 마음이야 괴롭고 아프겠지! 하지만 형이 미란 씨를 죽인 것도 아니고 미란 씨 죽음은 미란 씨 스스로 한 짓인데, 형이 뭣 때문에 죽어?

시신을 화장했다지만, 화장터도 안 갔었잖아? 형이 눈으로 본 건, 겨우 종이에 쓴 글씨 몇 줄이라구!

그래! 형 말대로 유서가 죽음의 증거일 수는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증거는 아냐. 미란 씨는 어머니의 강압에 못 이겨 형한테 가짜 유서를 쓸 수도 있고, 형을 진정 사랑하기에 결혼 반대하는 아버지와 싸우지 않도록 거짓 유서를 쓸 수도 있어. 세상 일이란 다 그래. 믿을 것도 없고, 믿지 못할 것도 없지.

형, 미란 씨의 죽음이 확실하지도 않은데 형이 죽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이젠 내 말을 알아들었지?

이 답답한 인간아!!!! 그래 죽어!

차라리 형이 죽으면 나한테는 잘 됐지!　

나는 형 같은 인간이 싫어!! 혼자 고상한 척은 다하고!!

그래 어디 한번 죽어봐 그리고 안 죽기만 해봐! 그 때는 내가 형을 죽일꺼야!